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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 노동력 많고 원자재 풍부해요
- 한국中企 유치 꿈꾸는 우즈베크 나보이경제특구 르포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남서쪽으로 500㎞ 떨어진 곳에 인구 13만여 명의 작은 도시 나보이가 있다. 지난 15일 오전(현지시간) 타슈켄트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을 날아 도착한 나보이공항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한 국내 중소기업 대표 60여 명의 방문을 환영하는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나보이공항은 지난해 9월 우즈베크 정부와 대한항공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에 따라 올해 1월부터 대한항공이 위탁 경영하고 있다. 이는 공항 인근 `나보이 경제산업특구`에 한국기업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는 우즈베크 정부 의향과 관계가 있다. 564만㎡(170만평)나 되는 나보이 특구는 현재 전기ㆍ수도 등 인프라스트럭처 공사가 진행 중이다.
◆ 풍부한 원자재ㆍ노동력, 교통요지
= 이날 특구 현장에서 만난 샤브카트 툴야가노프 우즈베크 대외무역부 차관은 "나보이 지역은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일 뿐 아니라 전력과 시멘트, 규석 등 원자재와 노동력이 풍부한 곳"이라며 "특구를 지구별로 나눠 화학 건설 전기ㆍ전자 피혁 식품 제약ㆍ의료 등 다양한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보이는 연간 480억㎾ 규모 전력을 생산할 뿐 아니라 노동력 숙련도가 높고 고려인 3세 등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인력이 많다. 임금도 월 100달러 수준이다.
나보이 특구의 가장 큰 장점은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라는 점. 특구 안에는 실크로드 당시 도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달리면 파리로 연결되고, 동쪽으로 가면 베이징이 나온다. 특구에서 반경 2000㎞ 안에는 11개 국가 수도와 40여 개 대도시가 위치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김기문 회장은 "나보이를 보고 있으면 개성공단이 떠오른다"며 "정치적 불안으로 위기에 빠진 개성과 달리 나보이 특구는 우즈베크 정부의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우즈베크는 1991년 취임한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장기 집권 중이며 그가 국정 전 분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신동에너콤, 나보이 진출 적극 검토
나보이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방적업체 신동에너콤의 김윤식 회장은 "나보이 특구는 이머징마켓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며 "옛 소련 시절부터 중화학공업 육성지로 각광받던 곳인 만큼 특구 진입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세와 관세 혜택도 눈에 띈다. 우즈베크 정부는 나보이 특구에 특별세제를 도입해 입주 기업에 대한 토지세와 보유세 소득세 사회기반개발세 등을 면제하기로 하고 공화국 도로기금과 교육기금 납세도 해당 기업의 직접투자 금액에 따라 7~15년간 차등 면제해줄 예정이다.
산업 수준이 낮은 우즈베크는 농식품을 제외한 기타 공산품에 그동안 높은 관세를 매겨왔다. 그러나 우즈베크 정부는 나보이 특구에 한해 수출용 제품 생산을 목적으로 반입되는 원자재에는 관세를 100% 면제해주고 내수용 제품 원자재에는 면제율을 50%로 적용할 방침이다.
특구에 진입할 기업인을 위해 주거시설도 마련한다. 대한항공은 나보이 특구 바로 옆에 122만㎡(37만평) 규모 용지를 확보하고 1차로 올해 말까지 400만달러를 투입해 50인실급 주거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향후 이곳은 수영장이나 골프장 등 위락시설까지 갖춘 종합 주거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 낙후된 금융체계 등 걸림돌도 많아
나보이 경제산업특구가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먼저 우즈베크 화폐 숨(sum)이 달러로 쉽게 환전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즈베크 시장에서 달러는 숨으로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숨을 달러로 바꾸는 데는 적잖은 애로가 있다. 우즈베크에 진출한 100여 개 한국 기업도 낙후된 금융 시스템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따라서 우즈베크 경제 전반의 문제가 적어도 나보이 특구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 기업 투자는 어려울 수도 있다. 주방기구 생산업체 프라임의 김요근 대표는 "여전히 사회주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 같아 투자를 해도 쉽게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공구업체 코디아산업의 김창희 대표도 "우즈베크 측과 합작 투자는 몰라도 자사 단독 투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나보이특구 장점으로 꼽히는 교통 편의성에도 문제는 있다. 배선용 차단기 생산업체 대륙의 김덕현 회장은 "내륙 국가라 항구가 없는 데다 인접국이 많긴 하지만 이들 나라를 육로로 이동할 때 매번 검문당해 물류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문 회장은 "나보이 특구 진출을 위해 중앙회 차원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기업인 의견 을 취합해 22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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